뇌하수체는 우리 몸의 내분비계에서 ‘지휘자’에 해당하는 기관입니다. 이 작은 샘이 분비하는 호르몬은 온몸의 대사, 성장, 생식 기능 등 매우 다양한 작용을 조절하죠. 뇌하수체 호르몬 수치가 정상 범위에서 벗어날 경우 단순 피로감부터 심각한 내분비 질환까지 폭넓은 병적 변화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뇌하수체 호르몬은 서로 상호 작용하면서 다른 내분비샘(갑상선, 부신, 생식샘 등)에도 직접 영향을 미치므로 문제가 생기면 종종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1. 뇌하수체 전엽 호르몬과 병변
1) 성장호르몬(GH) 분비 이상
- 과도 분비: 어린 시절에는 거인증, 성인이 된 후에는 말단비대증을 유발합니다. 손발이나 턱, 코 등 말단 부위가 비정상적으로 커지고 손발저림, 관절통 같은 증상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 결핍: 성장은 주로 사춘기 이전에 활발히 일어나므로 어린 시절 GH 결핍이 있으면 저신장, 발달 지연 등이 나타납니다. 성인이라면 피로감과 근육량 감소, 지방 증가 같은 현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2) 프로락틴(Prl) 분비 이상
- 고프로락틴혈증: 일반적으로 여성에게서 무월경, 유즙 분비, 불임 증상이 나타나며 남성은 성욕 감퇴나 발기부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뇌하수체 선종(특히 프로락틴선종)은 프로락틴 수치를 크게 올리는 대표적 원인이죠.
- 결핍: 임신/수유 기간이 아니면 뚜렷한 임상적 문제가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다만 임신 중 프로락틴이 충분히 분비되지 않으면 모유 수유에 차질이 생길 수 있습니다.
3) 부신피질자극호르몬(ACTH) 분비 이상
- 과도 분비: 부신에서 코르티솔이 지나치게 많이 생산되면서 쿠싱병이 나타납니다. 중심성 비만, 버팔로 혹(목 뒤 지방 축적), 보라색 선조, 고혈압 등이 대표 증상이죠.
- 결핍: 부신 기능이 저하되어 2차성 부신부전 상태가 될 수 있습니다. 피로감, 저혈압, 저혈당, 무기력 등이 생기고 심하면 위급 상황(부신위기)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4) 갑상선자극호르몬(TSH) 분비 이상
- 과도 분비: 갑상선이 과활성화되어 갑상선 호르몬(티록신, 삼요오드티로닌)이 많이 분비되면 심박수 증가, 과다 발한, 체중 감소, 신경 과민 등이 나타납니다. 그러나 TSH 과다 자체가 원인일 수도 갑상선 호르몬이 부족해서 피드백이 깨진 2차 현상일 수도 있으므로 정밀 검사가 필요합니다.
- 결핍: 2차성 갑상선 기능저하증이 생겨 무기력, 체중 증가, 피부 건조, 추위에 대한 민감성 증가 등이 두드러집니다.
5) 성선자극호르몬(LH, FSH) 분비 이상
- 과도 분비: 시상하부-뇌하수체-성선 축의 복합적 메커니즘으로 인해 LH나 FSH가 과도하게 분비되더라도 실제 난소, 고환에서 호르몬을 과잉 생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여성은 생리 불순, 난소 기능 이상으로 난임이 올 수도 있습니다.
- 결핍: 여성은 무월경, 남성은 정자 생성 장애, 성욕 저하, 근육량 감소 등 증상이 생깁니다. 2차성 성선기능저하증이라고 부르며 뇌하수체나 시상하부 병변이 원인일 수 있습니다.
2. 뇌하수체 후엽 호르몬과 병변
1) 항이뇨호르몬(ADH, 바소프레신)
- 부족: 요붕증으로 이어져 다뇨(소변 과잉 배출), 다음(과도한 갈증) 증상이 나타납니다. 뇌하수체나 시상하부 병변, 외상 등이 원인이 되며 물을 충분히 마셔도 체액 불균형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 과다 분비: 희석성 저나트륨혈증이 생겨 체내 수분이 필요 이상으로 축적됩니다. 저나트륨혈증에 따른 두통, 구역, 무기력 등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나며 심하면 혼수에 빠질 위험도 있습니다.
2) 옥시토신(Oxytocin)
- 결핍: 산모의 자궁 수축과 모유 배출을 돕는 호르몬으로 임신, 출산과 관계가 깊습니다. 뚜렷한 결핍 증상은 크게 드러나지 않지만 분만 과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모유 수유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 과다: 인위적으로 옥시토신을 투여해 자궁 수축을 유도하는 경우 외엔 과다 상태가 흔치 않습니다. 통상적으로 병적 상태로 이어지는 일은 매우 드뭅니다.
3. 뇌하수체 병변 진단과 관리
1) 영상검사(MRI)
- 뇌하수체 호르몬 수치 이상이 의심되면 호르몬 혈액검사와 함께 MRI 등 영상검사로 뇌하수체 혹은 시상하부에 종양, 낭종, 염증 등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특히 크기가 큰 선종(거대 뇌하수체선종)은 시신경 압박으로 시야장애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2) 약물/수술/방사선치료
- 종양이 호르몬을 과잉 분비한다면 수술적 제거나 약물치료(예: 프로락틴 선종에 브로모크립틴 등)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수술이 어려운 경우 방사선 치료로 증상을 완화하기도 합니다.
3) 호르몬 대체 요법
- 반대로 호르몬이 부족하면 갑상선 호르몬, 부신피질 호르몬·성 호르몬 등 필요한 호르몬을 외부에서 공급해 결핍 증상을 개선합니다. 이때는 정기 검진으로 용량을 조절해야 하죠.
뇌하수체는 작지만 생체 균형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기관입니다. 이곳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수치가 높아지거나 낮아질 때 우리의 신체는 다양한 병변을 일으키며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예컨대 성장호르몬이 과도하면 말단비대증, 프로락틴이 높으면 무월경, 성욕 감퇴, 부신피질자극호르몬이 늘면 쿠싱병 등으로 이어집니다.
일단 호르몬 수치 이상이 의심된다면 단순히 혈액검사 결과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종합적인 내분비 검사와 영상 검사를 병행해 정확한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때로는 시상하부나 부신, 갑상선 등 다른 기관 이상이 뇌하수체 기능을 교란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뇌하수체 호르몬 수치에 따른 병변을 빨리 파악하고 적절히 치료하는 것이 건강한 내분비 균형을 유지하는 지름길입니다. 일상에서 피로감, 월경 이상, 체중 변화, 골격 변형 등 의심 증상이 지속된다면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해보시기를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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